새벽 5시 30분에 눈을 떴다.
적절한 비행기 시각덕분에 점심에 출발해서 점심에 도착했으니 시차를 적응할 필요도 없었다.
상쾌한 공기에 컨디션도 좋아서 오늘은 또 어딜 열심히 돌아다녀볼까? 하는 에너지가 샘솟았다.
아 맞다. 아침에 눈을 뜨면 뭐 부터 해야겠는가?
조식을 먹어야한다!
프라이드 오브 패딩턴 펍은 아침에는 브런치 식당으로 바뀐다.
아침인데도 창밖으로 투어버스가 부지런하게 돌아다닌다.
개인적으로 저런 여행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두번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고칼로리의 음식에 진한 커피를 양껏 먹고나면 아무리 걸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저 베이크드 빈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좋아한다.
오늘의 첫 일정은 버킹검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관람이었다.
런던여행을 처음 오는 사람들은 으레 버킹검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간다.
과시하는듯한 모자와 쨍한 붉은 색이 매력적인 영국 근위대
그리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엘리자베스 2세가 저 건물 안에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버킹검 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영국 근위대의 행렬
나도 그런 사람들중 하나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은 별로 하고싶지 않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고, 인파에 가려서 근위병 교대식을 제대로 볼 수 없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웅장하거나 위엄있어 보이지 않는다.
도보로 여행할 때는 물을 한병씩 꼭 갖고다니자
이날은 정말 햇볕이 강해서 이러다가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넓은 광장에 그늘 하나 없다.
여름에 근위병 교대식을 보려면 반드시 챙이 넓은 모자와 물을 챙겨가자.
윈저 왕가를 수호하는 근위대와 현대적인 런던 경찰들이 혼재하는 모습은 신기했다.
근위병 교대식이 끝나고 사치 갤러리로 걸어갔다.
런던엔 공원이 정말 많다. 블럭 하나마다 큼지막한 공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날씨가 좋을 땐 별다른 놀이가 필요없다.
돗자리에 도시락 하나면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사치갤러리로 걸어가면서 런던의 거리 풍경을 감상해본다.
거리 모퉁이에 분홍색과 보라색이 가득한 카페가 눈길을 끌었다.
가게 이름은 페기 포쉔(Peggy Porshcen), 에버리 스트리트점이다.
컵케이크 가게라는데 외관이 정말 예뻤다.
멋진 클래식카를 타고 다니는 힙스터도 봤다
번쩍번쩍 저 광 좀 보소
걸어걸어 사치 갤러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약간 배가 고파져서 또 파스타 샐러드와 맥주 한 병을 구매해서 사치갤러리 앞 벤치에 앉아 먹기로 했다.
하지만...
포크를 안 주는 건지, 내가 까먹은건지 모르겠는데 파스타를 뜯어보니 포크가 없었다.
어떡하지... 아무리 급하지만 손으로 먹긴 좀 그렇고 해서 결국 맥주 병뚜껑으로 먹었다.
먹어지긴 하는데 나중에는 손으로 먹은 것과 다름없었다.
나도 조금은 보수적인지 해석이 난해한 현대미술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음...
여자의 몸인가?
케이크인지, 아방가르드한 가구인지?
가족끼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건 좋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해 그냥 미대생 졸작전에 온 느낌이 들었다.
사치 갤러리에서 나와 재정비를 위해 다시 숙소로 향했다.
언더그라운드
15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시설이라 더 투박하고 불편했지만
기능상으로는 현대의 지하철과 거의 90%이상 동일한 느낌?
다만, 차량 내에서 냉방이 안된다는 점과 셀룰러가 안 터지는 점은 너무 불편했다.
한국 지하철 만세!
오후 4시의 숙소 풍경
아무리 진귀한 풍경이라도 내 몸이 힘들고, 뭔가에 쫓기듯 여유 없이 보게 된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템포를 약간 늦추고 설렁설렁 다니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 이렇게 늦은 오후 쯤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조금 쉬면서 저녁 일정을 준비한다.
짧은 휴식을 가진 후 저녁에 있을 프롬스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섰다.
day.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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